북리뷰 총평
문예지 문학고을의 경기지부 11명의 시인과 수필가가 펴낸 선집입니다. 9명은 10편의 시를, 2명은 각각 3편의 수필을 썼습니다. 어떤 이는 식당을 운영하고, 어떤 이는 간호사이고, 어떤 이는 의대교수이며 또 어떤 이는 환경시설 회사 임원인 분도 있지만 모든 이들의 공통점은 시와 수필 등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비록 아마추어적인 부분도 보이지만 분명히 시 속에 담긴 진심과 감동이 들어있습니다. 늘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자신을 잠시 돌아보고 Slow life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저자소개
김은희, 김희숙, 남상열, 남항우, 문창진, 신경희, 장성진, 허정아, 홍성길, 김남수, 이재은
비전코치가 뽑은 시
<소태 바른 엄마 가슴> (홍성길)
해마다 반복되는 초여름의 춘궁기
보릿고개 넘지 못해 숱하게 굶었다던
우리 엄마 쓰디쓴 소태 같은 삶
서너 살이 되어도 젖 떼지 못한 아들
젖 떼려 가슴에 바른 쓰디쓴 소태
총기 어린아이는 꾀가 들대로 들어
말라버린 가슴 빨고 또 빨아
허기져 퀭한 엄마 눈 더욱 퀭하게 만들었다.
앞마당의 붉디붉은 목단꽃과
진하디진한 박하 향 내음이 허기진 마음에
조금이나 위로가 되었을까
세월 지나
철없던 여섯 살쯤 코흘리개 아들
엄마 나이 불홀을 몇 해 앞둘 즈음
찢어지게 가난한 삶 벗어나 보려
사 남매 가슴에 안고 도시로 갈 때
자식 끼니 걱정 얼마나 두려웠을까
남보다 특출 날 것도 배운 것도 없이
자식들 먹이랴 입히랴 공부시키랴
소태 같은 삶 벗어나지 못한 가여운 엄마
언제인가 늙디 늙고 마르디 마른 엄마
가슴 만지며 눈물짓던 때 어제 같은데
간다는 말도 없이 무심히 떠나버린 엄마
그 소태 같은 삶 덕분에 편한 삶 살아가는
철없는 아들 가슴에
쓰디쓴 회한의 눈물 흐른다
그리움 가슴에 안고 무심히 하늘을 보니
푸르른 하늘 쪽 구름 너머
젊은 한때 곱디곱던 우리 엄마 미소 짓는다
비전 코치 감상평
우리 삶은 몹시 바쁩니다. 학생은 학교에서 학원으로 또 독서실로 가고, 부모는 자녀들 키우느라 일터로 갑니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일으킨 세대가 그렇게 앞만 보고 살았습니다. 어느 날 돌아보면 자녀가 어른이 되어 있고, 자녀는 벌써 커버렸습니다. 부모님께 효도하려 마음을 먹는 순간 부모님은 이미 노쇠하셔서 여행조차 가기 힘든 몸이 되어 버립니다. 돌아보면 왜 그렇게 앞만 보고 사는지 후회가 되지만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은 다시 볼 수 없습니다. 홍성길 시인의 시는 우리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따스한 엄마의 품을 그리워하게 합니다. 바빠도 Slow 한 삶을 사는 여유와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by 비전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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