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총평
지금은 의대를 가기 위해 서울대학교 공대를 포기하는 시대입니다. 돈과 명예와 사회적인 지위가 소명의식을 뛰어넘은 지 오래됐습니다. 이런 시대에, 시대를 역행하는 교육을 하는 훌륭한 학교가 있습니다. 바로 '거창 고등학교'입니다. 학교 출판부에서 펴낸 놀라운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책 제목인 '대망을 품어라'는 전영창 교장선생님의 1964년 제14회 입학식 훈시말씀 제목입니다.
미국의 윌리엄 클라크 식물학 교수가 1880년대 일본 북해도 제국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말했던 Boys, Be Ambitious! (소년들이여 대망을 품어라!) 이야기를 해준 내용입니다. 책에는 독일과의 전쟁에 패해 황무지가 된 덴마크를 숲이 우거진 나라로 만든 달가스의 염원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달가스의 꿈이 만들어 낸 결과물입니다. 환경이 열악하다고 순응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큰 꿈을 꾸면 그 꿈이 현실이 된다는 것입니다. 거의 50년 전에 출판된 책이지만, 돈만 따지는 이 시대에 말하고자 하는 교훈이 담겨있습니다. 자녀교육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부모라면 꼭 읽어보기를 강력하게 권합니다.
거창 고등학교 이야기
책 <대망을 품어라>는 한마디로 지금의 거창 고등학교를 일으킨, 작고하신 전영창 3대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을 엮은 책입니다. 지금부터 정확히 46년 전인 1977년 5월에 초판이 나왔습니다. 전영창 교장선생님은 대한민국 1대 미국 유학생 출신입니다. 미국에서 석사공부를 마치고 한국의 유명 대학교에서 학장 자리를 주겠다는 것을 마다하였습니다. 한국전쟁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대한민국에 다음세대를 잘 육성하여 이 나라를 일으키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시골지역에 있는 거창 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이 된 분입니다.
내가 거창 고등학교의 존재를 알게된 것은, 오래전 내 큰딸과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던 지인의 딸이 거창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입니다. 그 지인의 딸은 지금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거창고는 중학교 때 전 과목 A를 받아야 입학이 가능한 명문학교입니다. 경상남도 거창군 산골짜기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는 거창 고등학교는, 1953년 4월 기독교 가치관을 중심으로 공부를 가르치는 학교로 설립되었습니다. 전교생은 300명을 넘지 않고 69회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교훈은 '빛과 소금'입니다. 성경에서 가져왔습니다. 학교는 그야말로 시골의 초등학교 건물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이지만 학생들의 실력은 대단합니다. 이런 시골에 서울 대치동 같은 입시 학원이 있기나 하겠습니까?
이 학교의 학사일정을 보면 특별한 행사들이 있습니다. 봄, 가을, 겨울에 예술제가 있어서 사흘씩 실컷 운동하고 놉니다. 매년 야영을 하고 합창제, 연극제도 유명합니다. 공부할 때 공부하고 놀 때 놉니다. 학교 차원에서 우리나라 유명 연사들을 초청하여 특별강연을 통해 학생들에게 큰 꿈과 비전을 끊임없이 심어줍니다. 판사, 교수, 아나운서, 성악가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하는데 2019년에만 9번의 연사 특강이 있었습니다.
거창고 학생들이 직업을 고르는 기준
거창 고등학교에는 학교 로비에 유명한 '거창고 직업선택 십계명'이 있습니다. 아래와 같습니다.
1. 월급이 적은 곳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존경같은 것은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거창고 직업십계명에 따라볼 때, 지금 내가 직업인이라면 나의 직업은 몇 개나 매치될까요? 우리 자녀를 이런 교육철학을 가르치는 곳에 보낼 수 있을까요? 매년 거창고는 졸업생을 배출합니다. 거창고의 모든 학생들이 이 교훈대로 직업을 선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69회 졸업생을 낸 거창고의 졸업생들은 현재 정치인, 영화감독, 배우, 대기업 대표이사, 교회 담임목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
전영창 교장선생님은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큰 꿈과 비전을 심어주는 것으로 학교를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거창고등학교를 만든 원동력입니다. 거창고등학교의 존재는 우리나라에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꿈과 비전의 현실화는 갖춰진 환경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이루겠다는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도전하면 됩니다.
대망은 큰 꿈입니다. 대망을 품는다는 것은 큰 꿈을 품는 것입니다. 행동을 하려면 꿈이 있어야 합니다. 꿈이 있어야 한 발을 뗄 수 있습니다. 꿈이 없으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한 발을 뗄 수가 없습니다. 작은 꿈은 작은 행동을 하게 합니다. 큰 꿈은 큰 행동을 하게 합니다. 미국이 우주를 호령하겠다는 꿈을 꾸었기 때문에 지금 미국은 우주 탐사의 선두주자입니다.
캘리포니아 과학관에 가면 '우주 왕복선'이 전시돼 있습니다. 그 전시된 방에 들어갈 때,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방에 입장할 때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미국인이라면 정말 애국심이 자동으로 불타오르겠구나!' 우리 다음세대에게 꿈과 비전을 갖게 해야 합니다. 그게 먼저입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그래야 앞을 보고 달려갈 수 있습니다.
by 비전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