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총평
대학교 입학사정관들이 쓴 책입니다. 제목이 '서울대 합격생 엄마표 공부법'입니다. 겉표지에 보면 '내 아이를 이렇게 서울대 보냈다' 이런 글귀도 쓰여있습니다. 학생의 적성과 꿈이 연계된 진로와 관련된 것이 아닌 '학교 자체가 목표화 된' 내용이라 개인적으로는 전혀 좋아하지 않는 책입니다. 이쪽 분야에 계신 분한테 선물로 받아서 읽어보았습니다. 자녀의 꿈과 비전을 밀어주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 책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다만 '내 자녀를 이렇게 키우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하시는 학부모님들에게 추천합니다.
요즘 서울대 합격생 엄마들의 입시준비 공통점
책의 콘텐츠는 서울대에 합격한 9명의 학생들의 엄마들의 입시준비에 대한 내용입니다. 대부분의 공통점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초등학교 때 대학교 목표를 잡는다.
(2) 대치동 학원을 거친다(학원의 힘).
(3) 반드시 선행학습을 한다.
(4) 입시설명회를 참석한다(엄마의 정보력).
(5) 비교과 활동은 교내용으로 100% 참여시킨다.
엄마들이 책에서 알려준 대치동 학원에서의 선행학습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 수학 : 초등학교 졸업 전 중3~고2까지 완료하기
□ 영어 : 작문은 초등학교 1학년 때, 5 형식 문장 가능 수준까지 완료 초등학교 고학년(4학년~6학년)이면 웬만한 영어 회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완료
□ 국어 : 민사고를 준비하기 위한 논술 준비하기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놀란 것이 선행학습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대학교 목표를 잡고 대치동 학원을 다니며 초등학교 졸업 전에 고등학교 2학년 내용가지 완료하라는 것이 놀랍습니다. 과도한 선행학습은 학교의 존재 이유를 없애는 것입니다. 학원에서 미리 다 배우면 학교에서 배울 것이 없는데 뭐 하러 학교를 다닐까요? 졸업장과 내신 1등급을 따기 위해서? 예습차원에서 미리 한두 챕터를 공부할 수는 있지만, 서울대를 입학시키려고 자녀가 초등학생 때 고등학교 수학 선행교육을 마쳐야 한다는 것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아이의 뇌용량을 고려하면 사실 과부하입니다. '가성비'를 따져도 정말 많이 떨어지는 행위입니다.
선행학습이 아이가 수학에 재능이 있고 좋아해서 그쪽으로 진로를 정했기 때문에 스스로 앞서가며 공부하는 것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부모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수학공부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서울대를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아이를 몰아붙여 수학 공부를 시키는 것이라면 정말 불행한 일입니다.
교육적 문제점
책에 이런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아이가 수학을 싫어해서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억지로 하게 만들었다.' 정말 궁금합니다. 이렇게 해서 서울대를 가면 아이가 행복할까요? 학생 자신의 학과 진로는 자신이 골랐을까요? 엄마가 점수에 맞춰 골라주지 않았을까요? 아이의 자율성은 얼마나 있을까요?
입시 원서를 쓸 때 '눈치작전'이 있다고 합니다. 강남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어느 과에 지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즉, 원하는 과에 지원자가 많으면 서울대 입학을 위해 원하는 과를 포기하고 지원자가 적은 과를 넣는다는 뜻입니다. 자녀의 적성과 비전을 생각해서 먼저 학과를 정해놓고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공부하고 싶은 학과여도 학교를 정해놓고 경쟁이 치열한 학과라면 그냥 버리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아이를 서울대에 보내기 위해 대치동 학원에서 쓰는 학원비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고3이 되면 과목별로 다 다니는데 한 달에 200만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학원비도 학원비지만 학교 수업 말고도 과목별로 학원에서 추가 수업을 듣느라 아이들이 체력적으로 어떻게 버텨내나 모르겠습니다.
도움이 되는 부분 : 독서
책 내용 중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이들 대다수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이고, 부모님이 책을 읽는 환경을 많이 만들어 주었다는 점입니다.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책은 어휘력뿐 아니라 독해력과 문해력을 키워주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시험을 잘 못 보는 것은, 문제를 읽고도 질문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답을 찾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문해력'입니다. 문해력이 떨어지면 문제를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 독서를 그 부분을 교정해 줍니다.
학원 정보용 책
책에는 자녀가 몇 살 때 대치동으로 이사 왔고, 무엇을 공부시켰고, 몇 학년 때 과목별로 대치동의 어느 학원을 다녔고, 무엇을 준비했다는 내용들을 잘 적어 놓았습니다. 대치동 학원을 통해 높은 성적을 내려는 목적이라면 정보차원에서 이 책이 도움이 될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나와는 교육관이 너무 달라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학교를 정해놓고 학과를 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의 적성과 정말 하고 싶은 꿈을 먼저 고려해서 그 길에 맞는 학교를(혹은 진로를) 찾아주는 것이 바른 순서입니다.
이 책에 가끔씩 등장하는 아이들의 고백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영어 수학 공부한 것밖에 생각이 안 나요."
"엄마, 이제 저 그만 좀 관리하세요. 저 대학생이에요. 알아서 공부 잘하고 있어요."
서울대를 보낸 부모의 '자녀 공부 관리능력'으로 대학교에 간 '자녀의 학점 관리'까지 하는 것입니다.
인생은 행복해야 합니다. 자녀의 미래를 '만들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동기부여가 되어서 자신만의 꿈이 생기면 스스로 공부합니다. 자녀가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다면 최고일 것입니다. 그러나 학교 자체보다 더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학생의 적성과 관심 그리고 이루고 싶은 꿈과 비전입니다. 그래야 행복하게 공부할 것이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by 비전코치